Mediterranean Winter: The Pleasures of History and Landscape in Tunisia, Sicily, Dalmatia, and Greece
"그해 겨울에 나는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 버릇을 들였다. 그 버릇으로 나는 모든 세부 사항을 적어 두는 등 더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은 수동적이며 사물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사진은 우리로 하여금 아주 수월하게 회고 할 수 있게 해 주지만 그 이면이나 측면에 있는 것들을 시야에서 제거해 버린다."
_여정은 마르세유에서 시작해 북아프리카 튀니지, 시칠리아, 로마(티볼리), 크로아티아의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 그리스의 아테네와 미스트라로까지 이어지는데, 각 지역마다 그는 이슬람, 그리스, 로마 문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곁들인다. 그가 훗날 나이 쉰이 넘어 젊은 시절의 기록을 찾아가며 다시 썼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문체는 정갈하고 차분하며, 묘사는 섬세하고 단정하다. 분명 그가 이십대에 지금과 같은 간결한 표현과 해박한 설명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겠지만, 그가 어떻게 그리 빈곤한 여행을 지속하며 '신문의 일요판 부록에나 실리는 여행담'보다 좀 더 가치있고 무게 있는 글을 쓰려고 했는지에 대한 고민은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_아쉬운 것은, <타타르...>도 그렇고 가끔 그의 정체성에서 기인하는 이념적 '스탠스'가 조금은 거슬린다는 것이다. 그가 다분히 보수 언론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부시는 그의 <타타르...>를 읽고 중동 전략을 짰다한다), 유대인이며 백인이기 때문에 당연한지는 몰라도 은연중에 드러나는 것들이란; 그리스, 로마 문명이 '자신'이고, 때문에 이슬람 문명은 그에게는 일종의 타자이다. 또한 사회주의가 낳은 경직성과 경제적 무능력을 들며 민주주의와 자유주의가 인간이라면 당연히 영위해야하는 어떤 가치라고 여기고 있는 점도 그렇다. 나 또한 동구권의 무능과 이슬람의 경직성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여타의 지역에서 나름의 사회적 세팅이 생겨나게 된 맥락과 이유에 대한 깊은 고찰 없이 단순히 그들(미국)의 자유주의('미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좇아야 한다는 것은, 좀 거북하게 들린다. 일전에 한 이란 청년이 "We don't want YOUR(American) democracy"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그게 dictatorship이라고 불리우든 뭐든간에 나름의 체제를 구축하여 잘 살고 있다고. (물론, 작금의 이란과 같은 경우라면 난 분명 그들의 신정theocracy보다는 American Democracy가 낫다고 말하겠지만.)
"일생을 바꾸게 하는 책을 우연히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마치 넝마주이가 쓰레기 더미에서 무언가 쓸모 있는 것을 찾아내듯이 또는 사냥꾼이 우연히 사냥감과 마주치게 되듯이 그런 책을 찾아내게 된다. 그럴 수 있기 위해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고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말한다. 가령 한 도시에 대해 중요한 무언가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야 하는데 그런 일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_내게 이 책이 일생을 바꾸게 하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관찰할 때 무엇을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나름의 길잡이가 된 책이다. 아니, 길잡이guide라기보다, 어떤 깊이를 보여줬다. 앞에 서면 한 동안 말을 잃게 하는 어떤 회화처럼, 그의 글은 나를 입 다물고 잠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물론, 반 고흐가 그의 그림들을 '어떻게' 그렇게 그리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것처럼, 과연 어떻게 해야 그런 사고와 지적 노력이 생기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어쩌면 그건 '연습이 필요한 헤메기'인지는 몰라도.
_Other Cut & Pastes
"베르길리우스가 <아이네이스>에서 제시한 이상인 보편적 문명은 초민족적인 정치적, 정신적 세계 질서를 의미하기도 했는데, 이 프랑스 노르만족 왕(루지에로 2세) 치하의 시칠리아에서만큼 이런 문명에 근접했던 적은 없었다."
"우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에 의하면, 진정으로 출생지라 부를 수 있는 곳은 "우리가 처음으로 자아를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곳"이다. 젊은 시절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고 불투명하고 세련되지 않은 시기로서 유약하고 불안정하다." 이는 지나치게 과장된 말이다. 왜냐하면 누구나 젊은 시절에 변덕스러운 유행에 휩쓸리며, 하드리아누스 또한 젊은 군인이었을 때 야만적인 미트라 숭배 같은 유행에 끌렸기 때문이다. 고향은 어떤 장소가 아니라 책이거나 단편적인 기억 하나일지도 모른다."
"역사를 움직이는 사람은 가장 영리한 사람들이 아니고 가장 헌신적인 사람들이며, 가장 헌신적인 사람들이 반드시 합리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그들이 결여한 합리성을 열정으로 보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