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권리

여행할 권리
김연수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말은 내게 되려 자기 자신이 되고 싶다는 말처럼 들린다.

_다소 무겁고도 진중한 <청춘의 문장들>과는 달리,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작가의 타지의 경험들을 담은 이 책은 비교적 경쾌하고도 쉽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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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7 17:38 2009/07/27 17:38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_젊음을 회고하는 요즘의 많은 글들은 몇 세에 뭐를 깨치고 몇 세에 뭐를 이뤘다는 둥 지 잘난척 일색이지만(마침표를 찍지 않겠다는 그 어이 없는 책을 포함해), 이렇게 고요하면서도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나의 이십대가 필요한 글이란 이런 책일지 모른다. 이리도 독성 강한 나의 청춘에 그의 글들을 읽을 때면 난 다행히도 어떤 차분한 위안을 느꼈다는 것인데, '대학을 졸업하고 그렇게 할 일이 없을 줄 몰랐다'라며, 동네가 여자의 음부를 닮아 벗어나기 힘들다는 정릉 쪽방의 기억들이 그의 삶에서 빛났던 순간이라는 이야기, 또 하염 없이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컴퓨터에 입력한 이야기 등을 들었을 때 나는 이 비루한 나의 작금마저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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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8 04:12 2009/07/18 04:12

완전히 소진되고 나서도 조금 더 소진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누구인지 증명해주는 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견디면서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청나라 사람 장호張湖는 이런 글을 남겼다.
꽃에 나비가 없을 수 없고, 산에 샘이 없어서는 안된다. 돌에는 이끼가 있어야 제격이고, 물에는 물풀이 없을 수 없다. 교목엔 덩굴이 없어서는 안되고, 사람은 벽이 없어서는 안된다.
花不可以無蝶, 山不可以無泉, 石不可以無苔, 水不可以無藻, 喬木不可以無藤蘿, 人不可以無癖.
 
'벽'이란 병이 될 정도로 어떤 대상에 빠져 사는 것. 그게 사람이 마땅히 할 일이라면 내가 문학을 하는 이유는 역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글을 쓸 때, 나는 가장 잘산다. 힘들고 어렵고 지칠수록 마음은 더 행복해진다. 새로운 소설을 시작할 때마다 ‘이번에는 과연 내가 어디끼지 견딜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1968년 프랑스에서 학생운동이 극에 달했던 시절, 바리케이드 안쪽에 씌여진 여러 낙서 중에 
‘Ten Days of Happiness’라는 글귀가 있었다고 한다. 열흘 동안의 행복. 그 정도면 충분하다. 문학을 하는 이유로도. 살아가거나 사랑하는 이유로도.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p.6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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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6 01:53 2009/07/16 0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