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벌써 2월이네. 2012년은 언제나 그렇게 실재하지 않아 보였는데, 이렇게 2012를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surreal 하면서 조금은 우습기도 하다.
_작년에 끄적이는 노트를 보고 깜짝 놀란 것이, 여름부터 시작해서 주말의 금, 토 이틀을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getting wasted 되었었다는 것. 밤을 사랑하는 친구를 새기고, 이렇게 저렇게 음악과 술과 춤이 있는 곳을 전전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저 chronic disorder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그 습관들을 나는 어떤 실험이라고, 끝까지 밀어붙이면 그 곳에 어떤 답이 보일지도 모른다며, 마치 하나의 ritual, 주말에 드리는 예배처럼 대했던건가, 사실 그런 건 없어. 그저 반복되는 쾌락과 금욕의 뫼비우스의 띠가 아닐까. 허나 재밌는 건, 그 많은 에너지와 돈을 소모했는데도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
_그 disorder가 끝났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우습다. Cioran이 말한 것처럼, "숱한 밤을 혈관 속에 담고 있는 네가 인간들 사이에서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서커스장 한가운데 놓여 있는 묘비 정도"라고, 아침이 오면 정말 부끄러워 죽겠어, 죽겠어.
_세들어 사는 이 집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보면, 이게 내가 그렇게 모든 정력을 쏟아 이룩하려 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비단 집과 물건들과 가구들 뿐만이 아니라, 이런 라이프스타일말이야. 이제는 거창한 담론도 대단한 욕심도 지독한 서정도 과거도 기억도 그 어느 하나 내 흥미를 끄는 것이 없어.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어. 드디어 현재와 나 만이 남았지만, 나는 현재와 나에게 전혀 집중하지 않아. 그저 흘러가는 것들만. 내 몸의 체액들과 주말-주중의 걸음만 빨라.
_그렇게 한참 생각을 하다보면, 이렇게 생각 없이 엮이는 것 없이 미련도 후회도 없이 존재할 수 있는 것 만을 바래왔나, 하여 어쩌면 나는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의 궤적을 이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주중의 출근들이 있지만, 물질 세계에 발을 붙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의무라고 생각해. 그 외에는 별로, 뭐. 그저 유일하게 소망하는 것이라면, 이 욕망의 충족/재생의 계속되길 바래. 언제나 싹을 잘라버릴 정도로 마시고 춤추고 wasted되는 이 욕망의 차오름이 멈추지 않길 바래. 허나 그 또한 불가하겠지,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 하여 욕망이라는 예수의 아버지인 죽음만을 믿게 되는걸까.
_작년엔 이십대가 끝난다는 걸출한 핑계가 있었고, 이리도 비현실적인 2012를 살면서 이제 와 들이미는 핑계는 겨울이 가고 봄이 와야한다는 거야. 실제로도 정말로도 나는 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만, 그 때가 되고 흐붐한 햇살과 나긋한 공기에 취해 좋다고 또 지랄을 하다 보면, 지나버린 겨울에 그 칩거와 은거가 가능했던 시간에 조금 나를 주워담을 걸 그랬다 하고 생각할지도 몰라. 허나 지금은 전혀 그러지 않고 있지? 그저 너 겨울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하며 주말마다 꽁꽁 싸매며 밤거리를 헤메기만, 이러기만, 이런 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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